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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학 이론의 전개

까망쑤나 2010. 10. 18. 01:54

현대 사회학 이론의 전개


 사회학적 관점의 발달은 주로 유럽에서 시작되었지만, 20세기에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서 전세계적으로 확립되었고, 몇 가지 중요한 발전은 미국에서 이루어졌다.


 시카고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했던 조지 허버트 미드(George Herbert Mead, 1863-1931)는 사회학이론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미드는 사회생활에서 언어와 상징의 중요성을 전반적으로 강조한다. 이후에 그가 발전시킨 관점은 ‘상징적 상호작용론(symbolic interactionism)’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런 면에서 미드는 전체 사회에 대한 거시적인 분석보다는 소규모의 사회과정 연구에 더 큰 관심을 가지면서 사회학의 발전에 기여했던 학자이다.


 탈코트 파슨스(Talcott Parsons, 1902-1979)는 20세기의 중반기에 가장 탁월한 미국의 사회학자였다. 그의 주요 업적은 원래 뒤르켐과 콩트가 선구를 이루었던 이론적 관점, 즉 기능주의(functionalism)를 집대성한 것이며, 이를 통해 인류사회를 보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거대한 이론구축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현대사회학의 이론적 관점은 사회현상에 대한 미시적(micro)인 접근거시적(macro)인 접근이 병행하면서 나름대로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발전되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사회학의 주요 이론적 접근은 기능주의, 갈등론, 구조주의, 상호작용론 등으로 크게 분류되는데, 이 중 기능주의와 갈등론은 거시적 사회이론에 속하며, (초기)구조주의와 상호작용론은 미시적 사회이론에 속한다.


 이번 주 강의에서는 이러한 현대 사회학의 이론적 관점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1] 현대 사회학의 이론적 관점들


1. 기능주의

 

 기능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한 사회를 연구할 때 우리는 어떻게 사회의 다양한 ‘부분들’ 혹은 제도들이 오랫동안 그 사회가 유지되고 연속성을 갖도록 결합하는가를 보아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기능주의적 관점은 지난 시간에 살펴 본 꽁트나 스펜서 및 뒤르켐이 가졌던 유기체적인 사회의 모습을 이어받은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뒤르켐은 하나의 전체로서의 사회에 대한 기능적 분석을 연구의 핵심으로 간주하였다. 그런데 20세기 초반에 유럽이 식민지 개척을 하던 시기에 원시부족사회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던 인류학자들이 기능주의적 관점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세계 각지의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던 인류학적 현지조사의 원조는 두 사람인데, 뒤르켐으로 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영국의 저술가 래드클리프 브라운(A. R. Radcliffe Brown, 1881-1955)과 경력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낸 폴란드 사람인 말리노프스키(Bronislaw Malinowski, 1884-1942)였다. 이들 두 사람 모두, 만약 우리가 한 원시부족사회 혹은 한 문화의 주요 제도들을 이해하려 하고, 왜 그 사회나 문화의 구성원들이 지금과 같이 행동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 사회를 ‘하나의 전체’로서 그 문화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예컨대, 원시부족사회에서 일부다처제가 시행되고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여성이 돼지고기 한 근이나 조개껍데기 몇 줌에 교환되는 상황을 서구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안될 정도로 미개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결혼관행이 그 부족사회의 친족제도나 정치적 역학, 종교적 신념 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전통적으로 유지되어 온 것임을 알게된다면 나름대로 이해할 만한 것이 될 수 있다.


 이때 하나의 사회적 관습 혹은 사회제도의 기능을 연구하는 것은, 그 관습이나 제도가 사회전체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것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는 최선의 방식은, 콩트와 뒤르켐 및 그후의 많은 기능주의적 저자들이 행하였던 하나의 비교로서, 인체의 유추에 의한 것이다. 심장과 같은 신체기관을 연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심장이 다른 신체기관과 어떻게 관련되는가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심장은 몸 전체에 혈액을 밀어보냄으로써, 유기체로서 생명을 유지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비슷하게, 한 사회적 항목의 기능을 분석하는 것은, 그 사회적 항목이 한 사회를 유지하는데서 행하는 역할을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뒤르켐에 따르면, 종교는 핵심적인 사회적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을 재확인 해주며, 그럼으로써 사회적 응집력의 유지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기능주의의 주된 관심은 전체 사회가 각 부분의 개별적 기능의 연결을 통해 어떻게 사회의 안정과 유지를 이루는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래에서는 두 명의 대표적인 현대 기능주의 학자들의 주장을 정리한다. 

 

 

1) 파슨즈(Talcott Parsons, 1902-1979)의 사회체계론

 거대이론(Grand Theory)가로 불리는 Parsons가 제시한 이론은 매우 추상적이고 복잡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회는 상호의존적인 여러 부분들로 구성되며 이들을 전체 사회의 균형(equilibrium)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어느 한 부분의 변화는 연관된 다른 부분들의 변화를 유발하여 균형과 재균형의 순환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사회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균형(moving equilibrium)’ 상태에 있다고 설명하였다. 파슨즈의 주된 관심은 사회질서가 유지되는 기반이 무엇인가에 있었던 셈이며, 사회변동은 부차적인 관심사로서 변동 자체가 역동적인 균형상태인 것으로 본 것이다.


 파슨즈는 <사회체계(Social System)>라는 저술에서 모든 인간사회는 유지되기 위해 적어도 네 가지의 기본적인 기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것이 ‘사회체계의 기능적 필수요건’을 정리한 그의 AGIL모델이다. 

 전반적으로, Parsons의 체계이론은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사회변동 과정은 잘 설명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급격한 사회변동(예, 혁명, 전쟁 등)을 설명하는 데에는 부적절한 경향이 있다. 요컨대, 그의 이론은 다분히 현실유지에 관심이 큰 보수적인 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2) 머튼(Robert Merton, 1910-  )의 중범위이론

 Parsons의 제자인 Merton도 기능주의의 핵심적 학자인데, Parsons가 다분히 추상적인 거시이론을 제시한 반면에 상대적으로 덜 추상적이고 현실분석이 가능한 사회학 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이 특징이며, 이를 그는 ‘중범위이론(middle range theory)’이라고 불렀다.
 

 Merton은 기능의 유형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분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하나는 기능을 (순)기능과 역기능으로 구분한 것이다. 이때 머튼에게 있어서 ‘역기능’은 변동을 발생시키는 경향이 있는 사회활동의 여러 측면들을 지칭한다. 왜냐하면 이는 사회의 응집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행동의 역기능적 측면들을 찾아보는 것은 사물의 기존질서에 도전하는 사회생활의 여러 특징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종교가 사회적 응집력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종교는 항상 기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두 집단이 서로 다른 종교를 지지한다고 할 때, 혹은 같은 종교의 다른 파를 지지하는 경우, 그 결과는 광범한 사회적 붕괴를 초래하는 주요한 사회갈등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사에서의 프로테스탄트와 카톨릭의 투쟁처럼, 종교공동체들 사이에서 전쟁이 종종 일어나곤 하였다.
 

 한편 그는 사회제도의 기능을 명시적 기능과 잠재적 기능으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명시적 기능구체적 형태의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으며, 그들에 의해 의도된 기능이다. 잠재적 기능참여자들이 알지 못하는 활동의 결과이다(Merton, 1957). 이러한 구분을 보여주기 위해서, 머튼은 뉴멕시코의 호피 인디언(the Hopi Indian)이 행하는 기우제 춤을 그 예로 들고 있다. 호피 인디언들은 그 의례가 곡식에 필요한 비를 내리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명시적 기능). 이는 왜 그들이 기우제 춤을 조직하며 거기에 참여하는가에 대한 이유이다. 그러나 머튼은 뒤르켐의 종교이론을 원용해서, 기우제 춤이 또한 그 사회의 응집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갖는다(잠재적 기능)고 주장한다. 머튼에 따르면, 사회학적 설명의 한 가지 주요 부분은 사회활동과 사회제도의 잠재적 기능을 밝혀내는 것으로 구성된다.

 Merton은 기능적 대안(functional alternatives)이라는 개념도 제시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어떤 사회적 기능은 특정한 제도에 의해서만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도에 의해서도 수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들을 양육하는 기능은 가족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보육원이나 탁아소 등에서도 수행된다는 점에서 가족만이 자녀양육의 지선(至善)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보육원이나 탁아소도 그 기능을 대행하여 제공한다는 것이다. Merton의 기능적 대안물의 개념은 종래의 기능론자들이 갖고 있었던 보수주의적 성향, 즉 현존하는 제도들은 필요하고 지선이라는 생각을 극복해주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랫동안 기능주의적 사고는, 특히 미국의 사회학에서 지도적인 이론적 전통이었다. 기능주의적 사고는 여전히 그에 대한 분명한 옹호자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사회에서도 1960년대 이후 흑인의 인권운동이나 히피들의 자연주의운동, 반전운동 등이 시작되어 사회통합이 흔들리면서 그 한계가 명백해짐에 따라 명성이 약해지기 시작했다(Alexander, 1985). 모든 기능주의 학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기능주의 학자들은 분화와 갈등을 낳는 여러 요인들을 무시하고, 사회적 응집력으로 이끄는 요인들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2. 갈등론(갈등주의) 
 
 기능주의와 마찬가지로 거시사회학의 전통에 속하지만, 사회현상을 보는 기본 입장이 기능주의와는 전혀 다른 입장에 놓여있는 것이 갈등론이다. 다분히 보수적인 성향의 기능론과 달리 갈등론(conflict theory)은 급진적 성향의 이론이며, 따라서 사회질서보다는 사회변동을 보다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Marx의 전통을 이어받은 이 이론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부, 위세, 권력 등은 희소하기 때문에 이들을 획득 또는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갈등이 일어남을 기본적 가정으로 깔고 있다. 사회질서가 사회성원들의 합의(consensus)에 의해서 유지된다고 보는 기능론자들과 달리 갈등론자들은 사회질서는 권력(power)에 의해서 유지되고 계급적 가치(value)나 이해(interest)관계의 반영 또는 이익추구의 수단이라고 본다.


 갈등론의 여러 갈래 중 뚜렷한 한 흐름은 마르크스주의(Marxism)이다. 물론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견해는 어떤 방식으로든 마르크스의 저술들로 모두 거슬러 올라가지만, 마르크스의 주요 생각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고, 따라서 아주 상이한 이론적 입장을 취하는 마르크스 학파가 여럿 존재한다.


 대체로 수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역사적 유물론에 덧붙여 암묵적으로 혹은 노골적으로 기능주의적 접근을 접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유형의 마르크스주의 사상은 인간행동의 능동적․창조적 성격을 강조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사상과는 구별된다.


 이처럼 그 내부에 갈래가 많지만, 마르크스주의는 사회학의 비마르크스주의적 전통과는 구분된다. 대부분의 마르크스주의 저술가들은 마르크스주의를 사회학적 분석과 정치적 개혁이라는 ‘한 꾸러미’의 부분으로 본다. 마르크스주의는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질서가 어떻게 유지될 것인가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자본주의라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질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또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만 되는가에 더 큰 관심이 있기 때문에, 사회급진적인 정치변동계획에 비중을 둔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많은 비마르크스주의 사회학자들-특히 기능주의에 영향을 받은 대부분의 경우-에 비해 계급분화, 갈등, 권력, 이데올로기를 매우 강조한다.

 


3. 구조주의

 

 20세기 초반에 현대 사회학이론의 발전에서 특수한 탁월성을 획득해왔던 하나의 접근으로서, 사회학적 분석을 언어연구와 밀접하게 연결시키는 구조주의(structuralism)가 있다. ‘구조(structure)’라는 개념에서 보듯이 결국 이 입장은 기능주의와 결합되어 ‘구조기능주의’로 불리면서 거시이론의 한 갈래를 이루게 되지만, 여기서 소개하는 초기 구조주의는 오히려 미시적 입장이 매우 강하다.


 구조주의는 그 발전의 추진력이 언어학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능주의처럼 뒤르켐의 저술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의 저작은 구조주의적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초기의 원천이었다. 소쉬르에 따르면, 언어는 단어의 ‘배후에 존재’하면서도, 단어 속에서 지칭되지 않는 문법과 의미의 규칙들로서 구성된다. 간단한 예로서, 영어에서 우리가 과거의 사건을 지칭하는 기호를 원할 때, 대개 동사의 뒤에 ‘-ed’를 부가한다. 이것은 영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 가지 문법적 규칙이다. 또한 우리는 이 문법적 규칙을 우리가 말하는 것을 구성하기 위하여 사용한다. 소쉬르에 따르면, 언어의 구조를 분석하는 것은 우리말의 저변에 존재하는 규칙들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규칙들의 대부분은 단지 암묵적으로만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소쉬르는 단어의 의미란 그 단어가 말하는 대상이 아니라 언어의 구조로부터 유래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나무’라는 단어의 의미란 잎으로 덮인 대상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소쉬르에 따르면, 이는 그렇지 않다. 언어에는 ‘그리고’, ‘그러나’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과 같이 어떤 대상을 지칭하지 않는 수많은 단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의하여, 소쉬르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실제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unicorn)’과 같은 신화적 대상을 지칭하는 완전히 의미 있는 단어들이 존재한다. 만약 한 단어의 의미가 그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으로부터 유래하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의미란 언어의 규칙들이 인식하는 관련 개념들간의 차이들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 소쉬르의 답이다. ‘나무’라는 단어의 의미는 우리가 ‘나무’를 ‘덤불’, ‘관목’, ‘숲’ 및 유사한-그러나 별개의- 의미를 가진 수많은 단어들과 구별한다는 사실에서 유래한다. 의미는, 우리가 그 의미를 통해서 지칭하는 외부세계의 대상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어 안에서  내적으로 만들어진다.


 소쉬르는 의미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소리-말하기-뿐만 아니라 종이에 표시한-쓰기- 것이기도 하다는 중요한 관찰을 덧붙인다. 우리가 체계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대상들은 의미를 만드는 것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나의 보기는 신호등이다. 우리는 녹색과 적색 사이의 대조를 ‘진행’과 ‘멈춤’을 의미하는 것-노랑색은 ‘출발준비’ 혹은 ‘멈춤 준비’를 의미한다-으로 사용한다.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은 실제 색깔 자체가 아니라, 그 차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녹색을 ‘멈춤’을 의미하는 것으로 적색을 ‘진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하더라도, 우리가 그 차이를 인식하는데 일관성이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문화의 수없이 다양한 측면에 대하여 이처럼 기호학적 연구가 행해질 수 있다. 하나의 보기는 의복과 유행이다. 어떤 주어진 시점에 특정 스타일의 옷이 유행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한 해에 짧은 치마가 유행했을지라도 그 이듬해에 유행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입는 실제의 옷 때문은 확실히 아니다. 어떤 옷이 무엇 때문에 유행하는가 하는 이유는 ‘유행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입는 것과 유행에 뒤떨어진 사람들이 입는 것의 차이에서 다시 존재한다. 의복분야의 또 다른 보기는 상복을 입는 것이다. 서구문화에서는 상을 당하면 검은 옷을 입는다. 다른 한편으로, 몇몇 다른 문화에서 사람들은 상을 당하면 흰옷을 입는다. 중요한 것은 색깔 그 자체가 아니라, 상을 당한 사람들이 평상시의 옷차림과 다르게 옷을 입는다는 사실이다.


 미시적 관점의 초기구조주의는 사회학에서 일반적인 이론적 틀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약점이 있다. 구조주의는 의사소통과 문화를 탐색하는데는 유용하지만, 경제활동․정치활동과 같은 사회생활의 보다 거시적이고 실제적인 문제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4. 상호작용론
 

 상호작용론(interationism)은 다분히 미시적인 관점에서 일상생활(everyday life)에서 일어나는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갖는다. 상호작용론은 하나의 통합된 이론이기보다는 여러 이론들―교환이론, 상징적 상호작용론, 현상학적 이론, 민속방법론 등―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이처럼 상호작용론은 여러 갈래로 구분되지만, 사람들간에 이루어지는 미시적인 상호작용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밝히면서 집단과 사회의 질서 및 변동의 본질을 탐색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는다. 여기서는 가장 대표적인 상징적 상호작용론에 대해 살펴보자. 


 기능주의와 구조주의 같은 이론적 접근들에 비해서,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개인을 활동적이고 창조적인 주체로 본다는 특징을 갖는다. 미드(Mead) 이래로,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다른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발전되어 왔으며, 미국에서는 기능주의적 관점과 주요 경쟁자가 되어 왔다. 구조주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징적 상호작용론도 언어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태동했지만, 미드는 이를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미드는 우리가 자아를 의식하는 존재, 즉 우리 자신의 개성을 아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의식’이라고 주장하고, 또한 그 핵심은 사람들이 상징(symbol)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에 있다고 한다. 상징이란 특별한 것을 나타내는 어떤 것이다. 소쉬르에 의해 사용된 보기를 살펴보면 ‘나무’라는 단어는 우리가 나타내는 대상, 즉 나무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다. 우리가 일단 그러한 개념을 습득하면, 심지어 가시적인 것이 하나도 없을 지라도 우리는 나무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미드는 주장한다. 우리는 그 대상에 대하여 상징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배워온 것이다. 상징적 사고는 우리가 실제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에 의해 제한되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킨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자들은 실제로 인간 개인들간의 모든 상호작용은 상징들의 교환을 수반한다고 추론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때, 우리는 어떤 행동유형이 그 맥락에 적절할까, 다른 사람들이 의도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할까에 대한 ‘실마리’를 항상 찾는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개인들간의 상호작용의 세부묘사와, 그리고 어떻게 그러한 세부묘사가 타인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이해하는데 사용되는 가로 우리의 주의를 돌린다.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맥락에서 대면적 상호작용에 주로 초점을 두는 상징적 상호작용론으로부터 이후의 사회학자들이 영향을 받았다. 역할이론 혹은 연극학적 모델을 정립한 대표적인 학자인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은 미드의 비교적 건조하고 추상적인 이론적 접근에 기지와 활기를 도입하면서, 이러한 종류의 연구에 특별한 공헌을 하였다. 고프먼과 다른 학자들에 의해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일상의 사회생활 과정에서 우리 행위의 본질에 대한 수많은 통찰을 산출하고 있다.


 그러나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소규모의 사회적 현상에 과도하게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자들은 대체로 비교적 대규모의 구조나 과정-기능주의와 구조주의 전통에서 아주 강하게 강조하고 있는 바로 그 현상-을 다루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 현대 사회학의 이론적 딜레마들


 앞에서 살펴 본 네 가지 이론적 접근들의 상대적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여야 하는가? 각각에 대한 옹호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서로 보완적이라는 점이 명백하다. 기능주의와 갈등론(마르크스주의)의 견해는 집단 혹은 사회의 보다 거시적인 속성에 집중한다. 그것들은 주로 ‘커다란 문제들’-‘어떻게 여러 사회들이 결합하는가?’ 혹은 ‘사회변동을 낳는 주요 조건들은 무엇인가?’와 같은-과 관련되어 있다. 대조적으로 상징적 상호작용은 사회생활의 대면적 상호작용 맥락에 더욱 집중하고, (초기)구조주의는 사회활동의 문화적 특질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기타의 접근들과 구별된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까지는 구체적인 사회 현상을 논의하는데 모든 이론들을 선택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점에서 이론들은 분명히 상충된다. 몇 가지 기본적인 이론적 딜레마들(theoretical dilemmas)-계속적으로 논쟁 혹은 논의될 문제-이 존재한다. 이러한 견해의 충돌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또한 우리가 인간활동과 사회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를 다루는 아주 일반적인 문제들과 관련된다. 우리는 여기서 세 가지의 딜레마들을 토의할 것이다.

 

 

 실선은 직접적 영향을 나타내고, 점선은 간접적 영향을 나타낸다. 소쉬르의 많은 생각이 뒤르켐에게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중복되는 여러 가지 주요 영역들이 존재한다.  미드는 베버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그러나 인간행위의 의미 있고, 목적적인 본질을 강조하는 베버의 견해는 상징적 상호작용론의 주제들과 친화성을 갖고 있다.
 
 ① 첫 번째의 딜레마는 인간행위 및 사회구조와 관련된다. 그 딜레마는 다음의 문제이다.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우리 자신들의 생활조건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창조적인 행위자들인가?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행하는 것의 대부분은 우리의 통제외부에 있는 일반적 사회적 힘들의 결과인가? 이 쟁점은 사회학자들을 항상 분리해왔고, 계속적으로 분리할 것이다. 상징적 상호작용론과 초기구조주의의 입장은 인간 행동의 활동적이고 창조적인 요인을 강조한다. 기능주의와 갈등론은 개개인의 주체성보다는 우리의 행위에 끼치는 사회적 영향력이 갖는 구속적 속성을--즉 구조를--강조한다.
 따라서 이 딜레마는 사회학의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간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② 두 번째의 이론적 딜레마는 사회 내의 합의 및 갈등과 관련된다. 사회학의 몇몇 관점들 중 특히 기능주의와 연계된 관점들은 인간사회의 고유한 질서와 조화를 강조한다. 이러한 견해를 취하는 사람들-예컨대 파슨즈-는 연속성과 합의(consensus)를 그것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지라도 사회의 가장 명백한 특징들로 간주한다. 

 다른 한편으로, 다른 사회학자들-특히 마르크스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사회갈등(conflict)의 보편성을 강조한다(Collins, 1974). 그들은 사회가 분화, 긴장, 투쟁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는 것으로 본다. 그들에게 사람들이 서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평화롭게 살려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은 환상이다. 그들은 몇 가지 점에서 적극적 갈등으로 발발할 수 있는 깊은 이해관계의 분화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딜레마는 사회학의 관점 중 기능주의와 갈등론간의 딜레마이다.

 

 ③ 세 번째 딜레마는 근대사회 발전의 특징과 관련하여, 경제적 요인(하부구조) 및 비경제적 요인(상부구조) 중 어느 것이 자본주의의 전개와 보다 더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의 문제이다. 그것은 근대사회의 기원과 본질에 끼치는 결정적인 영향들과 관련이 있으며, 비마르크스주의 접근과 마르크스주의 접근 사이의 차이로부터 파생된다.  
 따라서 이 딜레마는 자본주의 근대사회의 등장에 있어서 그 본질을 경제결정론적으로 본 마르크스의 입장과 프로테스탄트 윤리라는 종교요인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던 베버의 입장간의 딜레마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