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란 무엇인가?(심리학적 관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이해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비단 다른 사람의 마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조차도 모를 때가 많다. 살다보면 “왜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게 되지 않는지” 후회하게 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마음. 마음이란 무엇인가? 마음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마음(心)에 해당되는 영어 단어는 ‘mind’이며, 이는 ‘정신’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인간의 마음이 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지는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마음이 뇌의 작용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픈 일로 마음이 아플 때 머리보다는 오히려 가슴이 아픈 것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마음을 표시할 때 대개 하트를 그린다. 이와 같은 일상적인 일들은 어쩌면 우리 가슴 어딘가에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일전에 친구들에게 마음이 어디 있다고 생각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한결같은 대답은 참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었다.
심리학(心理學)은 마음의 이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여 그 원인을 마음의 구조와 작용에서 찾으려고 한다. 동양에서는 마음을 명상과 수양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마음의 수양을 통해 도의 경지에 이르려는 목표를 삼았던 반면, 서양에서는 마음을 이 세상에 대한 보편 타당한 지식을 갖게 하는 주체로 간주하여 왔다. 따라서 서양에서는 뇌와 마음의 관계에서 ‘마음, 의식, 무의식’을 논해 왔다. 심리학은 이러한 서양 사상에 기반을 두고 발전되어온 학문이다.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믿었고 뇌는 혈액을 냉각하는 기관으로 생각하였다. 동양에서도 마음이 심장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여 웬만한 일에는 놀라거나 겁내지 않는 사람을 ‘강심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 뇌기능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20세기초에 확립되었고 이를 지지하는 과학적 증거들이 제시됨에 따라 마음의 생물학적 기반에 대한 신비가 점차 밝혀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도 기억이나 감정, 생각 등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뇌기능이 손상되면 뇌의 손상된 부위와 정도에 따라 개인의 성격이나 감정, 행동 등이 크게 변한다. 마음은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본질적인 요소이며,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고, 특히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신체를 구성하는 기관들처럼 눈으로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어서 마음이 병들었을 때는 어떤 신체 질환보다도 진단하고 치유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마음 혹은 정신과정에 있을 것이다. 사고, 감정, 기억, 언어, 의지 등의 정신 과정 및 이와 관련된 경험은 우리가 흔히 마음이라 부르는 것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이와 같이 마음이란 다양한 정신과정의 집합으로서, 마음 혹은 정신의 구조와 작용을 설명하려는 많은 심리학적 이론들이 제시되어 왔다. 그 중에서 일반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지고 영향력 있는 이론이 정신분석 이론이다.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자신이 아는 마음(의식)보다 스스로는 전혀 자각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마음(무의식)의 작용을 더욱 중시하며, 모든 마음의 병은 무의식적 갈등에 의해서 생긴다고 보고 있다. 우리의 모든 행동에는 어떤 원인이나 동기가 있으며, 우연히 일어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즉, 우리가 깨닫지 못하더라도 일상적인 실수, 돌발 사고, 망각조차도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심리적인 요인이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정신분석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정신 현상은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구분된다. 의식 세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의식상태에서는 결코 자각할 수 없는 심연에 가라앉아 있는 커다란 부분 곧 무의식이 바로 우리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전의식은 곧바로 회상할 수는 없으나 조금만 노력하면 자각할 수 있는 기억들을 말한다.
프로이드는 마음은 세 가지 구조로 이루어져있다고 보았는데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가 바로 그것이다. ‘이드’는 심리적 에너지와 본능적 욕망의 원천으로서 모든 종류의 본능적인 충동의 저장소에 해당되며, 쾌락 원칙(pleasure principle)에 따라 작용한다. 따라서 이드는 현실적인 여건은 고려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욕구 만족을 충족시키려고 한다. 개인이 성장하고 발달함에 따라 약 2세 이후부터 자아가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자아’는 현실 원칙(reality principle)을 따르며, 이드의 본능적인 요구와 환경의 현실적 요구들간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도덕성, 양심에 해당되는 ‘초자아’는 특정한 행동에 대한 부모의 금지와 칭찬의 결과로 도덕적, 윤리적 체계가 내재화되어 발달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무엇이 선하고 악한지를 배우게 되며 점차 그러한 것들을 자신의 가치 체계에 내재화시키게 된다. 이와 같이 내재화된 윤리적 가치 체계는 개인의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본능적 충동과 환경에서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시 자아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와 같은 정신 분석적인 개념에 비추어볼 때, 신경증적 증상이나 장애는 본능적 충동과 그것을 저지하는 자아와 초자아의 갈등이 억압된 결과로써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면, 본능적 충동이나 무의식적 갈등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것들이 의식화되려고 할 때 개인은 불안을 느끼게 되며 이를 더욱 억압하거나 부정하게 되어 여러 가지 신경증적 문제를 보이게 된다.
우울증에 대한 프로이드의 이론을 살펴보면, 프로이드는 우울증을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loss of loved object)’에 대한 반응으로서, 상실 경험에 따른 분노가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에게로 향해진 것(anger inward self)으로 개념화하였다.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은 실제적이거나 혹은 상상 속에서 상징적으로 일어난 것일 수 있는데, 어떤 경우이든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하게 되면 자신의 중요한 일부가 상실되었다는 슬픔뿐만 아니라 자신을 버리고 떠난 사람에 대한 강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노감은 향해질 대상이 사라진 상태이고 또한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가진 분노에 대한 초자아의 도덕적 처벌로 인해 분노가 무의식속으로 억압되어 결국 자신에게로 내면화되며 그 결과 자기 비난, 자기 책망, 죄책감 등으로 인한 자기-가치감의 손상과 더불어 우울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은 정신분석 이론과 정반대 되는 이론으로 행동주의 이론 혹은 학습 이론이 있다. 행동주의 이론에서는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 본능이나 무의식과 같은 모호한 개념을 상정하지 않는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은 태어날 때 백지 상태로 태어난다고 가정하며, 성장하면서 어떤 교육과 환경적 경험이 주어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심리 장애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된다. 행동주의 이론에서는 우울증이 환경으로부터 받은 긍정적 강화(칭찬이나 보상)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고 보고있으며, 이러한 행동주의 이론은 Skinner의 조작적 조건형성 이론에 입각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이나 실직, 시험 실패 등과 같은 부정적 생활사건들은 긍정적 강화나 보상을 받을 원천을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은 즐거운 경험이 감소되고 불쾌한 경험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때 개인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강화를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거나 불쾌한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이 부족하면 긍정적 강화를 받을 기회가 더욱 결핍되어 우울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심리학의 제 3의 물결이라고 할 수 있는 인본주의 심리학은 정신 분석과 행동주의 이론에 대한 반발에서 발달하게 되었다. 상술한 두 이론과는 달리 인본주의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주관적인 경험을 중시하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인간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타인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과 존중과 이해를 받게 되면 왜곡되어있던 자기의 모습을 되찾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심리학적 이론들이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우리의 마음의 작용을 완벽하게 설명해주지는 못한다고 생각된다.
“아무리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라는 정신분석학자의 말처럼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완전히 다 알기란 불가능하지만, 상대방을 먼저 이해해주고 아껴주고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고 생활한다면 서로에게 그런 따뜻한 마음이 전달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매일 매일 환자나 보호자들과 면담을 하고 심리 검사를 통해 환자들의 마음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는 필자는 가끔 환자들을 빨리 도와주고 싶은 심정에 “마음의 아픈 부분을 찍어주는 사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오로지 환자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도와주려는 마음을 통해서만이 상대방의 아픈 마음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고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민섭/서울의대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이며, 서울대학교병원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E-mail:shinm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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