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쁜 편지지

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까망쑤나 2009. 6. 16. 16:16

      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詩;김춘경 사랑이 목마른 날, 외로움이 밀려오는 날에는 하늘에 편지를 씁니다 사랑이 무엇이더냐고 바보처럼 되묻는 물음 한 줄에, 저 강물 햇살이 비치면 강섶에 자라난 들풀의 키만큼 그리움이 그림자지는 것이라고 대답 두 줄을 씁니다 쓰다 만 편지지 여백에 오그라든 명치끝이 아려 오면 그댄, 소리 없이 다가와 저녁 강에 별빛으로 반짝이다 달빛으로 스러지고, 먹구름으로 떠돌다가 강물을 적시는 찬비로 내려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을 덧댑니다 이것이 사랑인가 봅니다 사랑을 묻는 그대 그리움으로 답하는 그대와 서로 하나일 수 밖에 없음은 우리가 함께 사랑한 까닭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인 것입니다 저녁노을 같은 그대 내겐 언제나 아름다운 하늘이기에 그대가 보고픈 날, 그리움이 밀려오는 날에는 물빛 하늘에 편지를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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