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에 서서는
서글퍼 말자
여기 길지도 않은 생을
바람맞이에서 서걱이는 삶도
예 있으려니,
갈대를 흔드는 것은
불어오는 바람이 아니라
불고가는 바람이다
갈대는 가을이 와도
잎새가 지지 않는다
공연히 갈대밭에 서서
오지 않는 사랑에 대해
고개를 떨구거나
물빛에 발을 적시진 말자
길지도 않은 청춘을
불고 가는 바람 뒤에서
오롯이 바람맞는
갈대도 여기 있음에야-
외로움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기다림을 낳고
기다림은 다시 외로움을 낳는다면,
파도치는 일이
바다의 일인 것처럼,
날아가는 일이
새들의 일인 것처럼,
흔들리는 것이
갈대의 일이거니 한다면,
누구의 걸음도 마다하지 않으나
누구의 발자국도 남기지 않는 길만이
길로 이어지듯
어제의 갈대가 오늘의 갈대인 것은
누구의 바람도 마다하지 않으나
누구의 눈빛에도 젖지 않은 까닭이거니
한다면,
고얀히 갈대밭에 서서
그리움의 이름으로도
외로움의 이름으로도
슬퍼지거나 고갤 꺽지 말 일.
갈대를 흔드는 것이
불어오는 바람이 아니라
불고가는 바람이었음에야
갈대를 갈대로 살게한 것이
피어난 꽃이 아니라
불어가는 바람이었음에야
그리워 그리운 사람
그리웁거들랑
정월에 타는 쥐불이나 같이
아스라히 그 이름 밝혀두자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