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의글

조용한 훈계

까망쑤나 2009. 9. 5. 11:17

조용한 훈계

        
      
       조용한 훈계
      한적한 3호선 지하철 안. 갖가지 색으로 염색한 머리와 
      바짝 세운 빨간 셔츠 깃, 끝이 뾰족한 구두에 착 달라붙는 교복. 
      학생다운 면이라고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여학생 다섯 명이 큰 소리로 웃으며 떠들어댔습니다. 
      "야, 어제 한잔 꺾은 거 얼마냐? 뿜빠이 해야지?"
      "얌마, 담에 네가 자리 또 만들면 되잖아, 
      뿜빠이는 뭐 얼어 죽을 뿜빠이?" 
      "그럴까? 야, 담에는 그 녀석들 불러내서 빼먹자." 
      "그래, 그래, 야후야! 와!!!!!!!!"
      집중되는 주위 시선을 즐기기라도 하듯 
      목소리는 더욱더 커졌습니다. 
      내 옆에 앉아있던 아주머니는 
      "에그그그, 철부지들 같으니...... 
      저 부모들은 얼마나 속이 상할까!" 
      작은 목소리로 혀를 찼습니다. 
      그때 칠십 전 후의 잠바차림을 한 할아버지께서 
      가까이 다가가시더니 한 학생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아주 조용하게 "학생, 정발산역이 아직도 멀었는가?" 묻자 
      매우 못마땅하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으로 
      "예." 한 여학생이 겨우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어르신네는 
      "초행이라 잘 몰라서 그래, 좀 가르쳐줄 수 없겠나? 
      학생은 어디까지 가지?" 
      "전 그 담에 내리는데요?" 
      "오, 그래? 잘 됐네. 정말 반갑네 그려,
      학생 덕분에 이젠 맘 편히 갈 수 있어. 정말 고맙네. 
      나도 학생들 같은 손녀딸이 셋이나 있거든?" 
      할아버지는 곧 다른 학생들과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조용해졌고
      계속 이어지는 할아버지 말씀에 
      진지한 자세로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습니다. 
      때로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숙이거나 
      끄덕거리기도 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게 
      무척 아쉬웠지만 큰소리 한번 없이 다정하게 대하시던 
      그분이 내리려하자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야, 우리 오늘 당장 머리부터 바꾸자, 
      단발로. 염색도 빼고..." 
      "그래, 나도 내일부터 이 구두 안 신을 거야." 
      갑자기 지하철 안이 대낮같이 밝아졌습니다. 
      그 학생들에게도 누구나 갖고 있는 양면성은 
      있을 것이기에 내일은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오히려 잠시 비뚤어진 것은 옳지 못한 어른들의 
      행동이나 주변 환경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 책임은 어른들 세계에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 사랑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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