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시

봄날

까망쑤나 2008. 4. 11. 02:01
      ~~봄 날~~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 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 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 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큰 것 보다도 작은 것도 좋다고, 많은 것 보다도 적은 것도 좋다고, 높은 것 보다도 낮은 것도 좋다고, 빠른 것 보다도 느린 것도 좋다고,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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