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시집을 왔습니다..
마음은 그대로 둔 채
사는 곳만 바뀌었습니다..
시댁 어른들
친정에 두고 온 마음을 가져오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여자는
마음을 가지러 친정에 갔습니다..
거기엔
마음을 친정에 두고 온 한 여자가
엉거주춤 있었습니다..
올케에게 내 마음을 가지러 왔노라고
말을 하려다 그냥 돌아온 여자는
친정 엄마가 싸준 떡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외면하고 돌아 앉는 시댁 식구들..
보자기엔 왜
마음이 담겨져 있지 않는거냐며
또 다시 호통을 칩니다..
여자는 서러워서
남편몰래 눈물을 흘립니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하나..둘..생겼습니다..
여자는 딸을 보며 말합니다..
나중에 나중에 말이다
니가 커서 시집갈 땐 내가
마음을 한 보따리 싸주마
하지만 여자는 자신이 없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챙겨서 싸줘야 할지를..
여자는
아들을 보며 말합니다..
나중에 나중에 말이다
니가 커서 장가들면
니 처에게 마음을 가져오라고
하지 말거라..
그냥 떡이면 족하거늘..
하지만..
여자는 자신이 없습니다..
마음을 두고 떡만 싸 가지고 온
며느리를 사랑해줄
자신이 없습니다..
어느새 세월은 흘렀습니다..
그냥 엉거주춤
아이들 크는 모습 보는 동안에
세월은 빨리도 흘렀습니다..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길을 합니다..
하얀 머리의 외할머니가
싸준 보자기엔
떡보다 더 귀한 무언가가
한가득 들어 있었음을 느낍니다..
세월은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옮겨 놓았습니다..
보자기를 풀며
환하게 웃는 시댁식구들..
보자기에 담긴 마음을 보고
시댁 식구들은 활짝 웃습니다..
모두 내 식구들이였습니다..
(작가를 알 수 없는 옮긴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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